감상 및 리뷰는 주관 의견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anipick33 별점: ⭐⭐⭐⭐⭐

진격의 거인 명작 이유 (선악 기준, 실존주의, 떡밥 해소)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소년 만화를 넘어 선과 악의 경계, 증오의 연대, 실존주의 철학, 그리고 정교한 떡밥 해소로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에서는 진격의 거인이 왜 명작인지를 세 가지 핵심 관점에서 분석해보겠다.
진격의 거인이 무너뜨린 선악 기준과 증오의 연대
진격의 거인을 처음 접하는 많은 사람들이 갖는 첫인상은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는 잔인한 소년 만화"일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50m 벽 안에서 100년간의 평화를 누리던 인류가 초대형 거인의 침공으로 인해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에렌 예거는 어머니 카를라 예거가 거인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모든 거인을 구축하겠다"는 복수의 다짐을 하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거인과 그 배후 세력을 악으로, 에렌을 선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지하실의 진실이 공개되며 이 구도는 완전히 뒤집어진다. 라이너와 베르톨트, 애니는 벽 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자들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가족과 고향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존재들이었다. 마레 제국은 프리츠 국왕의 침략에 맞서 에르디아 제국을 무너뜨린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후 에르디아인들은 억압받는 처지가 됐다. 그리샤 예거의 여동생이 살해당하고, 그리샤는 에르디아 복권파에 가담하며 벽 안까지 들어와 시조의 거인을 에렌에게 이식한다.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증오의 연대, 즉 증오가 또 다른 증오를 낳고 이어지는 거대한 사슬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면은 샤샤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샤샤를 죽인 가비 브라운을 눈앞에 두고도 그는 복수 대신 용서를 선택한다. 과거 숲에서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가 지금은 고아원 원장으로서 버려진 생명들을 돌보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하다. 무력이 지배하는 숲에서 나와 공생하는 사회로 진입한 그는, 증오의 연대를 끊어내는 실천적 행위를 몸소 보여줬다.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우리가 그려나가야 할 미래의 청사진"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에렌이 레벨리오 수영구에서 라이너를 만나 나누는 대화 또한 이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과거에는 라이너가 학살자였고 에렌이 피해자였지만, 이제는 에렌이 마레의 수많은 인명을 짓밟는 가해자가 됐다. 절대적으로 선한 선택도, 절대적으로 악한 선택도 없다.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른 최선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주제 의식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의 범주를 넘어 현실 세계의 전쟁, 분쟁, 갈등 구조를 정확히 꿰뚫는 통찰을 담아냈다.
진격의 거인 속 실존주의 철학과 자유의 노예 에렌
진격의 거인은 실존주의라는 철학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실존주의는 크게 두 가지 키워드인 본질과 실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의자를 예로 들면, 의자의 본질은 사람을 앉게 하는 것이고 실존은 의자 그 자체다. 의자의 경우 존재하는 이유인 본질이 실존보다 앞서지만, 인간의 경우는 다르다. 인간에게는 명확한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실존이 본질을 앞서며, 각자가 경험하는 세계와 선택이 곧 삶의 목적이 된다.
이 철학이 진격의 거인 안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녹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에렌 예거다. 벽 안의 사람으로서 부여받은 본질은 벽 안에서 평화를 영위하는 것이지만, 에렌은 태어날 때부터 벽 안에 갇혀 사는 것을 가축과 같다고 느끼며 굴욕감을 표출한다. 이것은 누군가 알려준 감정이 아니라 에렌의 실존, 즉 그 자체에서 비롯된 자유를 향한 갈망이다.
작품 안에서 실존주의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들도 존재한다. 키스 샤디스는 인생의 본질은 특별해야 한다는 신념을 품고 있었으나, 카를라 예거는 "이미 태어난 것으로 특별하다"는 실존의 관점으로 답한다. 카를라의 대사에 더 많은 무게를 실렸다고 느꼈다. 또한 지크와 아르민의 대화에서 지크는 "생명체의 본질은 증식"이라는 본질론을 펼치지만, 아르민은 "에렌, 미카사와 언덕 위의 나무를 향해 달렸던 그 순간이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던 기억"이라며 실존적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대화를 계기로 지크도 자신의 삶의 이유를 재정립하게 되기 시작한다.
케니 아커만의 대사 역시 이 철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것에 종속되어 살아간다"는 그의 말은, 에렌이 자유의 노예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다. 에렌은 매 순간 자유를 갈망했지만 단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의 인생 전체가 시조 유미르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그리고 미카사의 선택이 초래할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히스토리아와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마주한 에렌은 더 이상 자유로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유를 상징하는 조사병단의 복장을 입고 훈장을 받는 바로 그 순간, 역설적으로 에렌은 자유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이처럼 진격의 거인은 주어진 인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며 책임지는 삶의 무게를 독자에게 깊이 각인시킨다. 13년 동안 이 작품을 본 독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실존주의적 사상의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오락 콘텐츠를 훨씬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진격의 거인의 완벽한 떡밥 해소와 시조의 거인 세계관
진격의 거인이 명작으로 불리는 또 하나의 결정적 이유는 1화부터 최종화까지 이어지는 정교한 떡밥과 그 완벽한 해소다. 1화 제목인 "2000년 뒤에 너에게"는 작가가 연재 시작 시점부터 13년 후의 결말을 설계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상징이다. 122화 제목인 "2000년 전에 너로부터"와 대칭을 이루며, 전자는 시조 유미르가 에렌에게 보내는 편지의 제목으로, 후자는 시조의 힘을 각성한 에렌이 어린 유미르에게 보내는 편지의 제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렌이 1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깨어나는 장면, 미카사에게 "머리가 되게 긴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 "엄청 긴 꿈을 꾼 것 같다"는 대사 모두 시조의 힘이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관통한다는 설정으로 해소된다. 마지막 화에서 에렌이 느낀 미카사와의 영원한 이별의 감정이 시조의 힘을 통해 1화의 에렌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였다.
시조의 거인의 힘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인터스텔라의 테서렉트처럼, 좌표라는 공간에서 시조는 과거와 미래의 제약 없이 수많은 변수를 조정할 수 있다. 에렌이 지크에게 아커만 일족의 습성에 대해 뜬금없이 질문하는 장면, 베르톨트 대신 다이나 거인이 카를라 예거를 먹도록 조정하는 장면, 레벨리오에서 턱 거인을 먹지 않은 선택, 이 모두는 에렌이 시조의 힘을 통해 본 미래에서 역산하여 현재를 조정한 결과다. 팔코가 갤리어드 턱 거인을 계승해 미카사를 태우고 날아오는 미래를 알았기 때문에, 에렌은 현재의 턱 거인을 먹지 않았다.
"다녀와, 에렌"이라는 미카사의 대사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타임루프나 평행 세계의 산물이 아니라, 아커만 일족의 기억이 돌아온 미카사가 오두막이라는 가상의 좌표 공간을 인식한 채로 에렌을 현실로 보내는 마지막 인사다. 에렌의 시조 거인화 문양이 이 장면에서 등장한다는 점이 결정적 근거다. 왕가의 핏줄과 접촉하기 전이라면 이 문양이 생길 수 없으므로, 오두막은 1세계의 현실이 아닌 지크와 접촉 이후 시조의 힘으로 에렌이 창조한 공간이였다.
그리샤 예거가 어린 에렌에게 지하실을 보여주겠다며 작별하는 장면에서 시선을 보여주지 않은 것 역시 13년 만에 해소된 떡밥이다. 그의 눈이 향하던 허공에는 시조의 힘을 각성한 미래의 에렌과 지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이나 거인이 "어떤 모습이 되더라도 찾아갈게"라고 한 대사가 그녀가 무지성 거인이 되어 카를라 예거를 먹는 장면으로 회수되는 것은, 조연의 대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작가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지크 예거의 안락사 계획은 작가의 세계관 설계가 얼마나 정밀한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에르디아인의 생식 능력을 시조의 힘으로 없애고, 땅 울림의 맛보기로 세계 각국의 침략을 억제하며, 히스토리아와 후계자들을 통해 13년 주기로 거인의 힘을 계승시키는 이 계획은 그 전략만 놓고 봐도 완성도가 매우 높다. 결국 유미르가 계획 외로 개입하면서 무력화되지만, 이 또한 모든 것을 설계한 에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진격의 거인은 "그냥 봐라"는 한마디로 충분히 설명되는 작품다. 선악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실존주의를 녹여내며, 13년에 걸쳐 완벽하게 떡밥을 회수하는 이 작품은 철학적 완성도와 서사적 정밀함 면에서도 완벽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안 볼 이유가 없다. 알았으면 당장 진격의 거인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타쿠 상위 1%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학교, 고등학교때 하루종일 공부도 안 하고 애니만 봤다. 이런 빅데이터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애니를 더욱 비판적으로 보는 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놓치면 아쉬운 인생작 리뷰들이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구독하고 빠르게 확인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애니메이션 취향을 가진 분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 구독하고 함께 덕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