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게이지 키스는 2022년 여름 쿨에 방영된 오리지널 애니로, 태평양의 인공섬 베이론 시티를 배경으로 악마 소녀와의 계약을 중심에 놓는다. 러브코미디처럼 시작하지만 계약의 실제 대가가 드러날수록 장르의 무게가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계약 시스템이 숨기고 있는 것, 세계관과 장르 혼종의 구조, 그리고 슈라는 캐릭터가 의도적으로 불쾌하게 설계된 이유를 세 축으로 분석한다.
- 방영일: 2022년 7월 ~ 9월
- 제작사: A-1 Pictures
- 원작: 오리지널 (Project Engage 미디어 믹스)
- 평점: MyAnimeList 2.5 / 5.0
인게이지 키스 — 계약이 감추고 있는 것
1화에서 인게이지 키스가 처음 제시하는 것은 '키스로 악마가 각성하는 계약'이라는 설정이다. 슈와 키사라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주인이 명령하고 악마가 수행하는 구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설정을 단순한 장르적 장치로 받아들이면 중반 이후의 반전이 예상보다 크게 다가온다. 계약의 실제 대가는 키스가 아니라 슈의 기억이었다.
8화에서 슈가 자신의 일상적인 기억 일부를 떠올리지 못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 작품이 처음부터 계약의 진짜 비용을 숨겨두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달콤한 외형 아래 서서히 소모되는 무언가—그 구조가 이 작품의 핵심 서사 장치다. 악마 계약(demonic contract)이란 인간과 초자연적 존재가 상호 의무를 설정하는 협약인데, 이 작품에서는 계약의 조건이 처음부터 완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적인 계약 판타지와 다르다.
11화에서 키사라가 슈의 기억을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는 순간, 이전 화들에서 슈가 아야노와의 과거를 조각조각 떠올리던 장면들이 다시 읽혔다.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지워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의 흔적이었다. 복선이 복선으로 보이지 않게 배치된 구조는 이 작품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부분이다.
베이론 시티의 세계관과 장르 혼종의 구조
픽션 내 가상 세계의 규칙과 설정을 세계관 구축(world-building)이라 부른다. 인게이지 키스의 베이론 시티는 이 세계관 구축을 비교적 충실하게 수행한다. 신에너지 자원 오르고늄으로 만들어진 메가 플로트(megafloat—해상에 설치된 대규모 인공 부유 구조물) 위의 독립 도시라는 설정은 어느 국가의 법에도 소속되지 않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악마가 일으키는 D 재해가 공개되지 않고 민간에서 처리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 설정 위에서 논리적으로 성립한다.
PMC, 즉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국가 대신 군사·보안 서비스를 수행하는 민간 기업)이 이 세계관의 실질적인 작동 원리다. 슈가 소규모 PMC를 운영한다는 설정은 악마 퇴치라는 비일상적 임무와 돈에 쪼들리는 일상이라는 코미디적 요소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3화에서 슈가 의뢰비를 협상하는 장면은 우스꽝스럽지만, 그 우스꽝스러움이 베이론 시티라는 세계관의 논리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그가 아니다.
이 작품은 기존 작품의 시간적 이전 사건을 다루는 프리퀄(prequel)로서 게임 Engage Kill의 전일담에 해당한다. 그 특성상 세계관의 모든 설정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열린 채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13화를 보고 난 뒤 미묘한 여운이 남는 이유 중 하나다. 완결된 이야기이지만 완결된 느낌이 아닌, 어딘가를 향해 열려 있는 구조다.
슈라는 캐릭터 — 의도된 결함의 기능
슈는 공식 홍보에서도 노골적으로 '쓰레기' 취급을 받는 주인공이다. 씀씀이가 헤프고, 전 애인 아야노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키사라에게 헌신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 설계가 단순한 실패인지 의도인지는 시청하는 내내 판단을 보류하게 만든다.
아야노는 슈의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조적으로 배치된 캐릭터 포일(character foil)이다. 유능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아야노와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슈가 나란히 놓일 때, 두 사람이 한때 관계였다는 사실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읽힌다. 5화에서 아야노가 임무 중에도 슈를 향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을 보며, 이 캐릭터가 슈의 나쁜 면을 가장 정확하게 알면서도 여전히 감정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슈가 불쾌한 인물로 설계된 것은 계약의 대가와 연결된다. 기억을 잃어가는 인물로서의 슈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가 잃어가는 것이 충분히 인간적이어야 한다. 결함 많고 이기적이지만 그것이 곧 '살아있는 인간'의 질감이기도 하다. 한 인물이 서사 내에서 겪는 내면 변화의 궤적인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측면에서, 슈의 초반 불쾌함은 후반의 감정적 무게를 위한 설계다. 그 설계가 완전히 성공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의도 자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인게이지 키스는 겉으로 보이는 러브코미디의 외형과 실제로 작동하는 계약 서스펜스 사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작품이다. 계약의 진짜 대가가 드러나는 중반 이후, 이 작품이 처음부터 무엇을 감추고 있었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슈라는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끝까지 유지하든, 그 반감이 후반에서 다른 감정으로 전환되든—어느 쪽이든 이 작품은 시청자를 무덤덤하게 놓아두지는 않는다. 다음 리뷰에서는 또 다른 오리지널 판타지 액션 애니를 다룰 예정이다.
참고: (456) [22.3분기 신작] Engage Kiss (인게이지 키스) PV_매주 (일) 새벽 2시 본방사수! [Aniplus]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