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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pick33 별점: ⭐⭐⭐ ☆ ☆

체인소 맨 1기 리뷰 (덴지, 마키마, 데빌 헌터)
《체인소 맨》은 2022년 방영된 애니메이션으로, 후지모토 타츠키 원작의 다크 판타지 작품이다. 소년 만화의 전형적인 서사를 거부하고 인간의 결핍과 외로움을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은 방영 당시부터 지금까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의미로)
덴지, 결핍과 본능으로 살아가는 데빌 헌터
《체인소 맨》의 주인공 덴지는 기존 소년 만화 주인공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결에 서 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거대한 빚을 지게 된 그는, 노예처럼 빚쟁이들 안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악마를 제거하고 수당을 받는 데빌 헌터로 일하면서도, 400만 원이었던 보수는 빚과 이자를 제하고 나면 고작 18,000원만 남는 처참한 현실이 이어진다. 그 속에서 그가 품은 가장 작고도 소박한 소망은 단 하나, 식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것이었다.
이 설정이야말로 《체인소 맨》이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핵심이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정의감이나 원대한 야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본능적이고 결핍된 욕망을 위해 목숨을 거는 소년. 이 노골적인 솔직함이 오히려 세련된 연출과 맞물려 기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덴지가 체인소 맨이 되는 과정 역시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다. 죽어가던 체인소 악마 포치타를 만난 덴지는, 그 모습에서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냅둘 수 없었다. 자신의 피를 주며 친구가 된 포치타와 함께 데빌 헌터로 살아가던 중, 좀비가 되어버린 무리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포치타는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며 덴지를 되살린다. 그렇게 깨어났을 때 덴지의 가슴에는 포치타의 꼬리가 달려 있었고, 그 꼬리를 당기면 말 그대로 체인소 맨으로 변신하는 존재가 된다.
철근으로 맞아도, 좀비들이 달려들어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체인소 맨의 전투 장면은 단순한 액션의 쾌감을 넘어선다. 그 안에는 가진 것 하나 없이 밑바닥에서 살아온 소년이 처음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된 순간의 처절한 해방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덴지의 결핍은 단순한 캐릭터 설정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박탈감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은 소망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마키마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심리적 지배
《체인소 맨》 1기를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존재감은 단연 마키마라고 생각한다. 공안 소속의 그녀는 덴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방식으로 덴지를 움직인다. 좋아하는 상대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설레임에 두근거리는 덴지를, 기가 막힌 방식으로 구워삶는 마키마의 수완은 단순한 인물 매력을 넘어 극 전체의 서스펜스를 설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마키마는 기존과 다른 특수부대를 운영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으며, 위험인자인 덴지를 아키에게 감시하게 할 속셈으로 둘을 함께 생활하게 만든다. 표면적으로는 친절하고 인간적인 듯 보이지만, 그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는 끝까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키마에게 덴지의 정체를 묻는 아키의 질문에도 명쾌한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 불투명함이야말로 마키마라는 인물이 시청자를 단단히 사로잡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부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엄청나게 강한 악마인 총의 악마를 죽여달라는 요청은, 그저 상관이 부하에게 임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덴지의 존재 자체를 자신의 목적에 종속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키 역시 가족 전원이 악마에게 몰살당했기 때문에 오로지 총의 악마를 쫓기 위해 살고 있는 인물로, 마키마의 거대한 서사 안에서 각자의 결핍을 이용당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마키마가 내뿜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미스터리는 단순히 '강한 상관 캐릭터'를 넘어선다. 그녀는 덴지에게 초특급 서비스를 진행하며 정신 못 차리게 만들고, 동시에 총알처럼 그를 다음 임무로 밀어 넣는다. 이 불균형한 관계 안에서 덴지는 새로운 꿈을 얻게 된다. 식빵에 잼을 발라 먹는 소망이 이루어졌고, 마키마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꿈은 올해는 버디가 생긴다는 것, 즉 혼자가 아닌 곁에 누군가가 있는 삶이었다. 이처럼 마키마는 《체인소 맨》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스펜스의 진원지이며, 다음 화를 누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강력한 서사적 엔진이다.
데빌 헌터들의 연대와 상실, 그리고 다크 판타지의 세계관
《체인소 맨》에서 악마라는 소재는 단순한 배경 장치가 아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가 클수록 악마의 힘이 강해진다는 설정은 현대 사회의 불안을 거울처럼 비추는 메타포로 기능한다. 박쥐 악마, 유령 악마, 총의 악마 등 각각의 악마들은 인간의 집단적 공포가 응축된 존재들이며, 이들을 제거하는 공안 데빌 헌터들의 직업은 말 그대로 인류의 공포와 직접 맞서는 행위다.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인물들 간의 유대와 상실감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감정을 건드린다. 아키는 변덕으로 덴지와 함께 다니게 되었지만 점점 그의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박쥐 악마의 습격 속에서 덴지는 기꺼이 팔을 내주며 야키를 구해냅니다. 히메노는 예전부터 수많은 파트너를 잃은 아픔을 간직한 채, 새 파트너 아키와 함께 위험한 임무에 나선다. 이들이 8층에 갇혀버리는 에피소드에서는 시간조차 멈춰진 독립적인 공간이라는 초현실적인 설정 안에서, 각 인물들의 민낯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멘탈이 나가 펑펑 우는 코베니와 호텔 침대가 좋다며 자는 덴지의 대비는 이 작품 특유의 블랙 코미디 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각자가 공포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키는 가족 전원을 악마에게 잃었기에 군용 톱날을 사용해 악마를 제거하는 전투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그 흔들림 없음이 오히려 그를 더 위태롭게 보이게 한다. 민간 업체로 이직하자는 제안에도 오로지 총의 악마를 쫓기 위해 살고 있는 아키는, 복수심이라는 단 하나의 동력으로 버티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체인소 맨》의 데빌 헌터들은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안고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화려한 액션 중간중간에 배치된 일상적인 고요함, 예컨대 신입 환영회에서 키스 내기를 하거나 우동을 얻어먹는 장면들은 곧 닥쳐올 비극과 잔혹함을 더욱 극대화하며 시청자의 숨통을 조인다. 이것이 바로 후지모토 타츠키의 지독한 영화 사랑이 애니메이션 제작진에게 전이된 결과물,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한 정적인 구도와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만들어내는 독보적인 연출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체인소 맨》 1기는 잔혹한 선혈이 낭자하는 액션 뒤에 인간의 외로움과 결핍, 그리고 뒤틀린 애정을 정교하게 숨겨놓은 수작이다. 거칠고 날 선 감성을 좋아하거나 전형적인 서사에 지루함을 느꼈던 시청자라면, 덴지와 포치타가 선사하는 날 것 그대로의 전율에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화와 연출이 비교적 최근 작품이다 보니까 굉장히 뛰어나서 눈이 재미있다. 그리고 내용도 자극적이라 도파민을 쫒는 현대인들에게도 잘 맞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체인소맨이 지금 논란이 있지만, 일단 나는 애니로만 보면서 상황을 지켜 볼 생각이다. 킬링 타임용으로 재밌는 작품 체인소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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